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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 무료 크레딧으로 만든 웹사이트의 방문자가 폭증한다면? (Big O Calc)

최근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다가 매우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어 공유드리려고 해요.

OpenAI 회원 가입을 하면 소정의 무료 크레딧을 주죠? 제가 몇 달전에는 가입할 때는 $18을 줬는데, 요즘에는 $5로 줄어든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크레딧이 얼마나 많은 건지 몰랐는데, 제가 한 달동안 ChatGPT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블로그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찍으면서 OpenAI의 API를 정말 물쓰듯이 호출해보았지만, $1도 못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남아도는 OpenAI의 무료 크레딧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ChatGPT API를 이용하여 웹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문뜩 떠오른 아이디어가 소스 코드를 붙여 넣으면 시간/공간 복잡도를 빅오(Big O) 계산법으로 분석해주는 간단한 웹사이트였습니다. ChatGPT나 Copilot와 같은 AI 서비스에 직접 물어보면 될 것을 누가 뭐하러 이딴 웹사이트를 방문할까 싶었지만, 뭐 그닥 어려운 개발도 아니라서 그래서 재미삼아 공부삼아 Big O Calc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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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6개월 정도 지난 후, 어느 날, 제가 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까먹었을 즈음, OpenAI로부터 $5 정도의 요금 청구서가 날아온 거에요. 그래서 깜짝 놀라서 웹사이트 사용 통계를 확인해봤더니, 초반에는 트래픽이 거의 없다가 갑자기 3달전부터 폭발적으로 (2,100%) 증가하더니, 최근 3개월 방문자가 15,000명, 페이지뷰가 20,000 회를 넘었더라고요. 📈

이제 11월이 되어 10월 한 달 간 총 방문횟수를 다시 확인해봤더니 결국 24,000을 찍었더라고요. 그런데 OpenAI가 다음에 얼마나 더 큰 금액을 청구할지 걱정이 돼서 마냥 기뻐만 할 순 없겠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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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유입이 이러한 추세로 늘어난다면 제가 매달 OpenAI에 지불해야 하는 API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겠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광고를 붙이든 후원을 받든 웹사이트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

지금까지 Big O Calc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 좋게 얻게 된 경험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많아서 몇 가지만 공유드리려고 해요.

AI 기반 비지니스의 딜레마

요즘에 여러 업계에서 AI 광풍이 불면서 AI 기반 비즈니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데요.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서 왜 이러한 AI 응용 서비스들이 대부분 유료인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AI 무식자나,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역량이 없는 많은 회사들은 AI를 서비스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을텐데요. 자칫하면 수익 창출은 커녕 이러한 AI 서비스 제공 업체만 배불리다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활용한 비지니스를 할 때 전략을 잘 세워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물론 AI 기술은 계속 진보할 것이고, AI 서비스 제공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서비스 사용료는 점점 저렴해지기는 할 텐데요. 그래서 저도 지난 주에 열린 OpenAI의 DevDay 이벤트에서 제가 사용하고 있는, GPT-3.5 모델의 사용료가 인하되기를 은근히 바랬는데, GPT-4와 같은 신규 모델의 가격만 인하되더라고요. 🥲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 성과

사이드 프로젝트로 웹사이트를 한 번 만들어보셨다면 월 방문자를 만 명, 아니 천 명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아실 거에요. 현재 Big O Calc의 방문자 수는 정말 말도 안되게 과분한 성과입니다. 제가 이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는 겨우 두세 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거든요.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제 블로그의 페이지뷰는 한 달에 적을 때는 150,000에서 많을 때는 200,000을 넘기도 하는데요. Big O Calc의 월 페이지뷰 24,000은 제 블로그의 월 페이지뷰의 약 10%에 해당하는 고무적인 수치입니다.

두세 시간 걸려서 만든 페이지 하나짜리 웹사이트의 트래픽이 벌써 8년 동안 운영한 400개의 포스팅을 넘어선 블로그의 트래픽의 10%를 차지하다니, 좀 허탈하기도 한데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노력과 성과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 사용 인구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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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O Calc 방문자의 국가별 분포를 보니 미국, 캐나다, 영국과 같이 영어를 쓰거나, 인도나 브라질과 같이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75%의 트래픽이 유입되었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에서 방문해주신 분은 아쉽게도 미처 1%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약에 한국어로 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요? Big O Calc도 제가 예전에 했었던 수많은 다른 평범한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그냥 서서히 잊혀졌을 거예요.

저는 앞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특별히 한국어 사용자를 타겟팅할 이유가 없다면 무조건 영어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요즘에는 번역기와 AI 도구가 워낙 잘 나와 있어서 영어를 잘 못해도 어렵지 않게 영어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한국어 지원은 나중에 웹사이트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거에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언어의 사용 인구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면, 영어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중국어, 힌두어, 스페인어, 아랍어… 혹시 이래서 한국어 지원에 소홀한 글로벌 서비스들이 많을 걸까요? 😂

섣부른 수요 예측의 위험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Big O Calc를 만들기 전에 약간 주저했었습니다. ChatGPT나 Copilot와 같은 유명한 AI 서비스에 직접 물어보면 될 것을 누가 뭐하러 이러한 웹사이트를 방문할까 싶었죠.

그런데 왠 일?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웹에서 코드의 복잡도를 간편하게 확인하고 싶은 수요가 이 정도로 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한 사용자 분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 분의 경우 사내 망에서 ChatGPT에 접속이 차단되어 있어서 Big O Calc를 유용하게 쓰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수요 예측은 항상 틀릴 수 있느 위험이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PoC(Proof of Concept)가 됐든 VIP(Minimum Viable Product) 됐든 우선은 제품화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것을 느꼈습니다. 설사 수요가 없어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망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서 또 배울 수 있을테니까요. 절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입니다.

AI가 열고 있는 블루 오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제 왠만한 서비스는 모두 웹과 모바일로 개발되어 더 이상 할 만한 프로젝트가 없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존 서비스를 단순히 클론하는 형태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한동안 주류를 이루었지요. 이러한 종류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학습적인 부분 외에는 별다른 가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분위기가 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AI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으며, 기존 서비스들도 질세라 AI를 접목한 기능들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AI로 인해 엄청난 기회들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마치 90년대 후반에 인터넷과 함께 일어났던 닷컴 버블이나, 2000년대 후반에 스마트폰으로 인해 촉발된 모바일 붐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이맘때를 돌아보면 그때 정말 좋은 기회가 많았는데 참 아깝다고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참신한 서비스를 적절한 타이밍에 출시만 할 수 있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시대가 다시 열렸습니다. AI를 활용하여 어떠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신다면, 좋은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마치면서

이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든 Big O Calc라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제가 겪었던 경험과 느꼈던 점들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AI를 활용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 본 글이 좋은 영감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