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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 나의 성장을 도와준 블로그 쓰기

이 글이 제 블로그의 400번째 글이네요. 제가 평균적으로 주 1회 포스팅을 하니, 이 말은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언 8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제가 16년 째 개발자로 일하고 있으니, 제 커리어의 절반은 블로그를 쓰면서 보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글재주가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주로 지식 전달 위주의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많은 분들께서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블로그를 쓸 수 있는지를 여쭤보셔서, 오늘은 제가 400번째 글을 쓸 수 있게 한 원동력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블로그를 쓰는 것이 개발자가 성장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식의 깊이

블로그를 하다보면 글을 쓰려는 주제에 대해서 저의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이럴 때는 글쓰기를 중단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추가로 공부를 하곤 하는데요.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는 초안만 작성해 놓고 해당 글을 발행하지는 않습니다. 몇 달 더 업무나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을 더 쌓은 후에 다시 작성하면 글이 잘 쓰여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어떤 기술에 대해서 스스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해당 기술을 제대로 알고 쓰는지 의구심이 들더라도 제가 평소에 프로그래밍할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라면 크게 개의치 않았죠.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지식은 개인 노트용으로라면 몰라도, 유익한 블로그 글을 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어떤 기술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특히 이해하기 쉽게) 무엇보다 그 기술을 제가 직접 많이 사용해봐야 겠더라고요. 해당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이 생기려면 개인적인 공부도 필수적이었습니다.

이제 블로그 쓰기는 저에게 어떤 기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배운 내용을 글로 표현하고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서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블로그를 하기 전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기술에 대해서 본인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그 기술에 대해서 한 번 글로 써보시겠어요? 만약에 글이 잘 안 써지신다면 아직 다른 사람에게 그 기술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일 거에요. 글쓰기는 본인의 지식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능동적인 학습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업무를 하다가 필요한 기술이 생기면 쫓기듯이 공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장 업무에서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공식 문서를 읽으면서 해당 기술을 제대로 이해할 마음의 여유는 없었고요. 예제 코드를 복붙하고 막힐 때마다 구글링하면서 당장 프로그램이 돌아가게 하는데 급급 했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면서 제 학습 스타일이 상당히 주도적으로 바뀌게 되었는데요. 제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관심있는 싶은 분야를 찾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굳이 업무에서 필요할 때 까지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업무 때문에 수동적으로 하는 공부와 블로그를 위해서 능동적으로 하는 공부와는 학습 효과에서 큰 차이가 있었어요. 업무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공부는 금방 잊혀지고 온전히 제 것이 되는 느낌을 갖기 어려웠는데요. 업무에 대한 압박감 없이 제가 원해서 블로그에 좋은 글을 쓰려고 하는 공부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기억에도 오래 남더라고요.

게다가 순수하게 블로그를 쓰기위해서 한 공부가 의도치 않게 나중에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우선 팀에 새로운 기술을 검토할 때도 좀 더 주도적으로 건의 사항을 내놓을 수 있었고요. 우연하게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제가 미리 공부한 기술이 채택되면 블로그를 쓴 경험으로 팀원들을 교육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제가 블로그를 쓰려고 공부를 하는지, 공부하려고 블로그를 쓰는지 주객이 헛갈릴 정도가 된 것 같아요. 어찌됐든 블로그 덕분에 좋은 학습 습관이 형성되고 업무에도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커리어 기회

많은 회사에서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얼마나 기술을 빨리 배우고, 업무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동료들과 나누는지를 중요하게 보는데요. 다른 분야에 비해서 소프트웨어 개발 쪽이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적절한 시기에 도입하는 것이 비지니스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소에 자기계발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주니어와 시니어를 불문하고 개발자라면 면접에서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들어보셨을텐데요. 사실 제한된 면접 시간에 본인이 그동안 어떻게 자기계발을 해왔는지를 증명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고 개인 프로젝트를 하거나 오픈 소스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슷한 답변을 하게 되죠.

하지만 블로그가 있으시다면 자기계발에 대한 노력에 대해서 좀 더 효과적으로 면접관에게 어필할 수가 있는데요. 면접관도 블로그의 링크만 있으면 지원자가 평소에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기술을 공부하고 있는지를 쉽게 엿볼 수 있죠. 따라서 치열한 취업/이직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블로그를 하시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가 많이 알려지면 집필 제안이나 강의 제안 또는 다른 협업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는데요. 그냥 평범하게 회사만 다녀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커리어 기회가 블로그를 통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웹사이트 구축/운영 경험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블로깅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저처럼 직접 블로그를 개발하고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주로 해당이 될 것 같은데요.

블로그는 어떻게 보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웹사이트입니다. 기본적으로 작성한 글을 화면에 보여줘야 하며, 여기에 댓글이나 검색과 같은 부가적인 기능이 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손수 구현한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다보면 하나의 웹사이트가 온전하게 인터넷에서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해야하는데요. 예를 들어,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에 대한 기술 결정도 해야 하고, 도메인 네임을 구매하고 잊지 않고 갱신도 해줘야 하며, DNS 설정과 웹사이트 배포도 해주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성스럽게 작성한 포스팅이 검색 엔진에 노출되려면 SEO(검색 엔진 최적화)도 신경써줘야 하고요. 내 블로그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사람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려면 통계 데이터도 수집하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큰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하시면 위와 같은 일들은 다른 담당자나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블로그를 통해 쌓은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경험은 비단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실 때 뿐만 아니라 나중에 본인 비지니스를 하실 때도 큰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웹사이트 없는 회사는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마치면서

저는 개발자가 되어서 가장 잘 한 일을 하나 꼽는다면 망실임없이 블로그 쓰기를 시작한 것을 뽑고, 가장 후회되는 일은 블로그 쓰기를 너무 늦게 시작한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쓰면서 개발자로서 성장하는데 여러가지 측면에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내가 배운 내용을 글로 써서 인터넷에 올리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는데요. 블로그를 써온 지난 8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은 사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너무 처음부터 방문자 수나 광고 수익과 같은 부수적인 결과를 목표로 블로그를 하시면 금방 지치시거나 좌절하시기 쉬울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꾸준한 성장을 기록한다는 취지에서 블로그를 쓰신다면 좀 더 즐겁고 만족스러운 과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이 많은 개발자들이 블로그를 시작하시는 데 동기 부여가 되길 바라며, 저는 이만 이 글을 마무리하고 401번째 글을 쓰러가야겠습니다 📝